文대통령 떠난 홍은동 사저…셀카족 '북적', 부동산도 '들썩'

쓸 말이 많은 기사다.

때는 5월 15일 월요일. 당선이 확정된 문 대통령은 사저에서 청와대로 이사를 떠났다.

회사 1층 아티제에서 티타임을 갖던 차장과 팀장이 갑자기 전화를 해 날 불렀다.

그리곤 법인카드를 건네주고 말했다. "지금 홍은동 문재인 사저 좀 다녀와. 너밖에 갈 사람이 없어."

월요일이니만큼 실검 대응기사나 쓰며 놀고 먹어볼까하던 나의 계획은 무너졌고ㅋㅋㅋ 

나는 투덜대며 카드를 받아들고 문재인 사저로 떠났다.

기자 친구들에게 카톡을 돌려 문재인 사저 주소를 알아내고, 바로 택시에 올라탔다.


대통령이 떠난 사저 앞은 휑했다. '여기가 맞나...대체 여기서 뭘하란 거지...'

일단 동네를 훑었다. 별게 없어서 일단 길바닥에 앉아 있었다. 

앉아있다보니 이러단 아무 것도 취재 못하겠단 불안감이 엄습했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마구 말을 걸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는 순전히 운이었다.

집 앞 트럭은 추가로 짐을 옮기러온 김정숙 여사와 청와대 직원들의 것이었고ㅋㅋㅋ

청와대 직원들과 반갑게 인사하며 걸어간 20대 남성은 문 대통령의 이웃주민이자 유세단에 참여했던 SBS 개그맨이었으며,

동네 뒷산에선 대통령과 같은 빌라에 사는 할머니들을 만나 온갖 뒷얘기를 주워들을 수 있었다.

할머니들과 친해져 인터넷에만 나간다고 설득해 사진을 찍기도 했다.

팀장은 "그래 이런 사진이 진짜 좋은거야" 라고 했다.ㅋㅋㅋ

학교다닐 때 '똘이와 할머니'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할머니들과 친해지는 법을 익혀둔 덕이었다.


내려오면서는 이미 기사감은 충분한 거 같은데 들릴까 말까하다 부동산에 들렸는데

여기서도 영양가 있는 얘기를 들어 기사 제목에 쓸 수 있었다.

사무실로 돌아와 곧장 기사를 작성했고

이 기사는 다음날 아침 머니투데이 메인에 올라갔다.

팀장은 이날 "이미 때가 지난 현장에 가서 이만큼 취재를 해온 게 대단하다고 

데스크 회의에서 칭찬이 자자했다"고 메신저로 팀 동보를 보냈다.ㅋㅋㅋ


다들 어떻게 이렇게 취재를 해왔냐고 대단하다고 했지만

내 기억엔 뭔가 아다리가 다 맞아줬던 날이다. 팀장과 차장의 기획력에는 또 한번 감탄했고.

팀원 중 한 명은 운도 실력이라고 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서.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기사다.


[기사링크]

머니투데이 http://news.mt.co.kr/mtview.php?no=2017051515443690858&type=1

다음 http://v.media.daum.net/v/20170516070006211


文대통령 떠난 홍은동 사저…셀카족 '북적', 부동산도 '들썩'

1년4개월 만에 대통령 배출한 배산임수 '명당'…"돌아올 때도 환영받는 대통령 되길" 주민 염원

머니투데이 이슈팀 심하늬 기자 |입력 : 2017.05.16 07:00|조회 : 11309


"글자 다 보이게 찍어줘!"

문재인 대통령은 떠났지만 홍은동 사저 앞은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다. 지지자뿐 아니라 서울 관광을 왔다가 대통령이 살던 동네를 찾았다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배경 삼아 기념사진과 '셀카'를 촬영하는 모습이 여느 관광지 풍경 같았다. 

문 대통령 취임 6일째인 15일, 당선의 설렘이 가시지 않은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사저를 찾았다. 문 대통령 사저는 홍은동에서도 가장 꼭대기에 있다. 경사가 가파르고 큰길로부터 거리가 1km 정도 돼 걸어오르려면 각오를 해야 한다.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에 내려 100m가량 더 걸어 올라가니 문 대통령이 살았던 빌라가 보였다. 빌라 뒤편에 바로 백련산이 있어 그런지 상쾌한 공기가 서울 도심이 맞나 싶었다.

당선 전까지 이곳에서 1년4개월간 살았던 대통령 내외는 지난 13일 청와대로 이사했다. 이사 이틀 후인 이 날은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남은 짐을 챙기러 집에 잠시 들른 참이었다. 집 주변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청와대 직원들이 분주히 오갔다. 한 직원은 “책이 너무 많아 남은 책을 운반하는 중"이라며 "아직 못 옮긴 짐이 반쯤 된다”고 귀띔했다.
 
◇유세 도운 이웃 개그맨, 빌라 주민들은 벽 수리도 대통령에게 폐될까 조심

"안녕하세요!" 사저 앞 청와대 직원과 친근하게 인사하는 이호찬씨(27)는 데뷔 4년차 개그맨이다. 문 대통령과 같은 빌라에 산다. SBS ‘웃찾사’의 ‘호찬아’ 코너에서 활약했던 그는 이번 선거에서 ‘슈퍼문 중앙유세단’에 참여해 문 대통령을 도왔다. 이씨는 "춤추고 노래하며 도움이 될 수 있어 뿌듯했다"며 빌라 1층서 쓰레기를 버리러 가다가 문 대통령과 마주쳐 함께 찍었다는 사진을 보여줬다. 이씨 가족은 지난해 대통령이 이사 올 때와 이틀 전 나갈 때 모두 이사떡을 받았다. 이씨는 "어제 시루떡을 먹고 남은 건 냉동실에 고이 보관했다"며 웃었다.

"먼 데서 와서 사진들 엄청 찍어갔어. 사흘 정도는 정신없었지. 주민들은 복잡해서 혼났슈." 하루 6시간씩 백련산에서 소일하며 앉아 있는다는 정모씨(83)는 문 대통령과 같은 빌라에 산다. 그는 "대통령이 인상 좋고 산에 매일 다녔다”고 기억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문 대통령이 당선되자 빌라 외관을 수리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TV에 비춰지는 집이 너무 허름하다는 지적에서다. 문 대통령이 살던 빌라는 지어진 지 15년 돼 외벽에 거멓게 자국이 나 있다. 

정씨는 "주민 대부분이 세입자이거나 자식한테 용돈 받아 사는 노인이라 지붕, 외벽 수리를 여태 못했다"며 "대통령 덕에 집이 TV에 많이 나오니 다들 '진작 고칠 걸' 후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와 외벽이라도 번듯해지면 대통령이 해줬다는 말이 나올까봐 주민간 의견이 분분하다고 정씨는 전했다. "대통령이 집을 안 팔았는데. 대통령한테 폐 끼치면 안 되잖아." 

문 대통령의 사저 앞에는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동네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김모씨(63)는 선거 다음날 반려견 희망이와 함께 산에 오르다 문 대통령을 마주쳤다. 김씨는 "산책하다가 (문 대통령과) 얘기를 나눴는데 그 분(대통령)도 동물을 좋아해 정이 간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경남 양산에 살던 반려묘 '찡찡이'를 청와대로 데려왔고 유기견 '토리'도 입양키로 했다.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을 묻자 김씨는 "돌아오실 때도 환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짧게 한마디를 남겼다.

◇대통령 배출에 '배산임수' 한몫?…부동산 문의 늘어

"여기가 명당은 명당이야."

문 대통령 자택 근처를 지나던 주민 정모씨가 말했다. 앞에는 하천(홍제천), 뒤에는 산이 있으니 '배산임수' 명당이라는 얘기다. 정씨는 “예전부터 이 지역이 용이 틀어 앉은 명당이라는 소리가 있었다”며 “모르긴 몰라도 대통령도 선거 전에 이런 걸 다 알아보고 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옆에 있던 주민 홍모씨도 “벼슬 못한 사람은 여기 오면 벼슬하고, 애 못 낳는 사람은 여기 오면 애 낳는다는 말이 있었다”며 동조했다.

문 대통령 당선 이후 동네 부동산 문의도 크게 늘었다. 문 대통령 자택 근처에서 13년째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모씨는 "어르신들이 예전부터 산수가 좋다고들 했다"며 "(문 대통령 당선 후) 매물 나온 거 있냐고 찾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현재 매물은 없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살던 빌라는 총 88가구로 최근 시세는 3억2000만~3억5000만원 정도다. 전용면적은 84㎡로 실평수는 25평이다. 김씨는 "도심이 가까우면서도 알려져 있지 않던 조용한 동네였는데, 살기 좋은 동네가 대통령 덕분에 많이 알려졌다"고 말했다.